"그때 진짜 감사했다" 유재석 우토로 밥상 종부 재회
2015년 그 장면 기억하시는 분 많을 거예요.
유재석이 일본 우토로 마을 어르신들 앞에서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 하고 울던 그 화면이요.
그때 어르신들 앞에 놓였던 경상도식 밥상, 저는 솔직히 방송국에서 알아서 준비한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11년 만에 그 밥상을 차린 사람이 유퀴즈 스튜디오에 앉아 있더라고요.
어제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61회는 '이런 사랑이 가능해?' 특집이었어요.
사랑 이야기 세 편을 나란히 붙인 회차였는데, 그중 한 편이 예상 못 한 지점에서 11년 전 '무한도전'과 이어지더라고요.
결론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2015년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우토로 마을 편에서 유재석이 전달한 경상도식 밥상, 그걸 차린 사람이 이천 서씨 양경공파 22대 종부 권순미 씨였고 두 사람이 11년 만에 유퀴즈에서 처음 마주 앉았습니다.
호박전, 오징어김치, 잣경단.
그 상차림의 출처가 600년 종가였다는 걸 이번 방송 전까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가구 평균 4.2%, 최고 5.5%로 케이블·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였고요.
"비현실적이다" — 종부님이 유재석을 처음 본 순간
스튜디오에 들어온 권순미 종부님 첫 반응이 참 사람답더라고요.
"맨날 TV에서 뵙던 분을 옆에서 가까이서 보니까 너무 비현실적이다."
이건 우리도 다 아는 감각이잖아요, 화면에서만 보던 사람이 실물로 3미터 앞에 있을 때 그 이상한 기분.
그다음 멘트가 진짜였어요.
"음성이 굉장히 좋으시다. 보기에는 마르셨는데 울림통이 굉장하시다."
유재석 씨가 "에너지가 있죠"라고 받더니 곧바로 "너무 못생겼냐"로 빠지는데, 이 흐름은 20년째 고쳐지지가 않네요 (고칠 생각도 없어 보임).

"그때 진짜 너무 감사했다" — 밥상의 출처가 밝혀진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뀐 건 유재석 씨가 이 말을 꺼내면서였어요.
"'무한도전' 할 때 '배달의 무도'로 우토로 마을 갈 때 전해드린 음식이 종부님 음식이다."
그리고 덧붙인 한마디.
"그때 진짜 너무 감사했다."
2015년 우토로 편은 유재석이 카메라 앞에서 울었던 몇 안 되는 회차예요.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
이 한마디가 그 회차의 전부였죠.
근데 그날 어르신들 앞에 놓였던 그 밥상이 어디서 왔는지는, 11년이 지나서야 이렇게 밝혀진 겁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좀 이상한 감정이 들었어요.
방송이란 게 원래 앞에 선 사람만 기억되잖아요.
그 밥상을 한 상 차리려고 부엌에서 몇 시간을 썼을 사람은 자막 한 줄 없이 지나갔던 거고요.
그게 10년 넘게 돌고 돌아 본인 입으로 정리되는 장면이라, 유퀴즈가 잘하는 일을 한 번 더 했다 싶었습니다.

이번 회차, 순서대로 이런 장면이 나왔어요
- 한복 차림 종부의 등장과 "비현실적이다" 리액션 600년 종가 22대 종부라는 소개에 스튜디오가 잠깐 정색하던 구간
- "우토로에 전해드린 음식이 종부님 음식이다" 11년 전 배달의 무도 밥상의 출처가 밝혀진, 이 회차의 심장
- "발바닥에 열이 나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첫 대제 회상 70~100명 손님, 40가지 제사 음식, 한 달 전부터의 준비를 담담하게 풀어낸 대목
- "요알못"이었던 시절과 한식대첩 경북 대표 출전 결혼 전엔 사륜구동 몰던 사람이 종가 부엌 대표가 되기까지
- 기억을 잃은 남편을 바이크에 태우고 떠나는 여행 함께 타기로 한 약속을 혼자서 지키고 있는 근황

사륜구동 몰던 사람이 어떻게 종가 부엌 대표가 됐나
이 회차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건 사실 우토로 이야기 다음이었어요.
권순미 종부님이 처음부터 요리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본인 입으로 "요알못"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결혼 전엔 사륜구동 자동차 몰고 다니는 게 취미였다는 대목에서 스튜디오가 한 번 뒤집혔고요.
그러니까 이 분의 경로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사륜구동 몰던 사람 → 태종 이방원의 등극을 도운 양경공 서유를 모시는 600년 종가의 22대 종부 → 첫 불천위 대제에서 발바닥에 열이 나 잠 못 자던 사람 → '한식대첩' 경북 대표 → '무한도전' 우토로 밥상의 실제 요리사 → 2026년 유퀴즈 출연.
어느 한 칸도 쉽게 건너뛴 게 없어요.

첫 대제가 어떤 규모였냐면
종부님이 말한 첫 불천위 대제 상황이 구체적이라 더 무섭더라고요.
참석자가 70~100명, 준비는 한 달 전부터, 만들어야 할 제사 음식이 40가지.
그것도 본인이 주관이 아니라 시어머니 보조였는데도 그랬대요.
"제 생에 처음 겪는 일이었고 발바닥에 열이 나서 잠을 잘 수 없었다"는 표현, 저는 이 말이 이 회차에서 제일 정확한 문장이었다고 봅니다.
"일주일 전에는 늦게 일어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제 내가 맡아보니까 그때 시어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 — 권순미, 유퀴즈 361회
이 대사가 좋았던 이유가 있어요.
보통 이런 자리에서는 고생담이 원망으로 끝나거나 미화로 끝나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근데 이 분은 그냥 이해로 넘어가더라고요.
자리를 물려받아 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죠.

유재석과 우토로, 11년이 아니라 20년짜리 인연이었습니다
기사들은 대부분 '11년 만의 재회'로 정리하던데, 사실 유재석과 우토로의 시간은 그보다 더 길어요.
흩어져 있는 기록을 한 줄로 이어보면 이렇게 됩니다.
| 시점 | 내용 |
|---|---|
| 2005년 | 한겨레21·아름다운재단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에 1천만 원 익명 기부. 취재로 뒤늦게 확인 |
| 2015년 |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우토로 편 촬영.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 발언. 촬영 후 50만 엔 추가 기부 |
| 2015년 | 배달의 무도 특집, 제18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수상 |
| 2018년 8월 |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 캠페인 '기억할게 우토로'에 5천만 원 기부 사실 공개 |
| 2022년 4월 30일 | 일본 교토 우지시에 우토로 평화기념관 정식 개관 (지상 3층, 연면적 461㎡) |
| 2026년 9월 23일 | 유퀴즈 361회에서 우토로 밥상을 차린 권순미 종부와 재회 |
순서를 보면 방송이 먼저가 아니에요.
2005년에 이름 없이 돈부터 보냈고, 10년 뒤에 카메라를 들고 그 마을에 갔고, 3년 뒤엔 기념관 짓는 데 또 보탰습니다.
'파도파도 미담'이라는 말이 붙는 데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참고로 우토로는 1941년 교토비행장 건설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약 1,300여 명이 정착해 살아온 마을이에요.
오랫동안 강제퇴거 소송에 시달리다 한일 시민사회와 한국 정부 지원으로 2022년 평화기념관이 문을 열었고요.
다만 2026년 현재 유재석의 추가 기부 여부는 공개적으로 확인된 게 없습니다 — 이건 확실히 선을 그어둘게요.
그리고 가장 말을 아끼게 되는 대목, 남편 이야기
이 회차가 '이런 사랑이 가능해?' 특집이었던 이유가 여기 있어요.
종부님의 남편분이 심정지로 쓰러진 뒤 기억을 잃었고, 지금은 세 살 아이와 같은 상태라고 합니다.
부부가 함께 바이크를 타기로 했던 약속이 있었대요.
그래서 종부님이 남편을 직접 바이크에 태우고 여행을 다니고 계시더라고요.

한복 입고 40가지 제사 음식을 차리는 사람과, 헬멧 쓰고 남편 태우고 달리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게 이번 회차의 가장 큰 반전이었습니다.
방송에서는 이걸 '러블리 바이크 라이더'라고 부르더군요.
다만 남편분의 구체적인 진단명이나 예후, 현재 치료 상황은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았어요.
궁금하긴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알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이야기, 아직 안 끝난 것 같은데요
361회는 이 세 편을 나란히 붙였어요.
권순미 종부의 종가와 바이크, 6.25 국경 초월 로맨스의 주인공 찰리 스미스, 그리고 23년 전 '천국의 계단'으로 페루에서 슈퍼스타가 된 신현준의 근황까지.
성격이 다 다른 사랑인데 묶어놓으니 이상하게 결이 맞더라고요.
2049 시청률에서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찍은 것도 납득이 갑니다.

저는 방송 끝나고 자꾸 한 지점에서 멈춰 있어요.
11년 전 그 밥상은 이렇게 주인을 찾았는데, 그 밥상을 받았던 우토로 어르신들의 지금은 아직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거든요.
기념관은 2022년에 문을 열었고, 마을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어디서 어떻게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인연이 여기서 끝날 것 같지가 않네요.
이 회차, 어떻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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