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전경철 작가 별세, 무빈소 장례 택한 이유
어제(9월 5일) 저녁부터 SNS 타임라인에 같은 이름이 계속 올라오더군요.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입니다.
유퀴즈 355회에서 자폐 아들 이야기를 하던 그분, 유재석 씨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던 그 회차의 주인공이요.
방송이 8월 12일이었으니 딱 24일 만입니다.
그 회차를 본 사람이라면 이 소식 앞에서 잠깐 멈칫하셨을 겁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중증 자폐 아들을 27년간 홀로 돌본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9월 5일 오후 7시 56분 간암으로 별세했고, tvN 유퀴즈 355회 출연 24일 만이며, 장례는 고인의 뜻대로 빈소 없이 치러집니다.
부고는 9월 6일 정유진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가 SNS로 알렸습니다.
흩어진 기사들을 다 열어봐도 결국 이 네 줄로 모이더군요. 날짜, 시점, 장례 형식, 그리고 남은 아들.
아래에 확인된 것과 아직 확인 안 된 것을 갈라서 정리해두겠습니다.
- 별세 : 2026년 9월 5일 토요일 오후 7시 56분, 간암 말기 투병 중
- 향년 : 매체마다 63세·64세로 엇갈림 (세계일보는 1962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보도, 정확한 생년월일 미확인)
- 유퀴즈 출연 : 2026년 8월 12일 355회, 별세까지 24일
- 장례 : 무빈소. 현재 병원 안치, 빈소 별도 설치 안 함
- 남은 가족 : 아들 전제원 씨(27세, 중증 자폐 스펙트럼)

유퀴즈 355회, 대체 어떤 회차였길래?
그 회차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방영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중간에 리모컨을 놓쳤습니다.
- "정신 연령이 2.3세입니다" 잘생기고 건장한 27세 청년인데, 27년이 두 살 신생아를 키우는 시간이었다는 설명이 나오는 대목
- 유재석이 고개를 숙인 순간 "저와 제 아들만큼 혹은 그보다 더한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은 저처럼 힘들지 말았으면 한다"는 말이 나오자 스튜디오가 조용해집니다
- 냉장고에 쇠사슬 아들 체중이 160kg까지 늘자 자물쇠를 채우고 1년여 식단 관리로 90kg까지 만든 이야기
- 1000곳의 문을 두드린 1년 전국 약 1000곳 시설에 연락하고 찾아갔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던 시간
- 27년 만의 첫 캠핑 아들과 처음으로 텐트를 친 장면. 이 회차가 해피엔딩처럼 보였던 이유

이 회차 성적표도 남다릅니다.
닐슨코리아 기준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평균 4.3%, 최고 5.7%. 동시간대 케이블·종편 1위에 2049 타깃 시청률은 지상파 포함 전 채널 1위였습니다.
예능에서 이런 숫자가 나온다는 건, 그날 많은 사람이 같은 지점에서 멈췄다는 뜻이겠죠.

가장 아팠던 한마디는 무엇이었을까요?
방송에서 나온 말 중 지금도 인용이 가장 많이 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고인이 아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지 이야기한 부분입니다.
"희미하게 기억나는 남자가 있다. 나보다 나이가 아주 많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늙어버린 남자가 있는데, 나를 바라보면 많이 따뜻했고 맛있는 걸 많이 차려주던 사람이 있었다. 기억이 희미해 누군지는 모르겠다. 떠올리면 문득 그립기는 하다. 이 정도로 기억하면 좋겠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55회
보통 부모라면 "아빠 잊지 마"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분은 반대로 갔습니다. 자기를 지워달라고, 딱 그 정도만 남아 있으면 된다고요.
같은 회차에서 "아빠라는 존재는 깨끗하게 잊고 네 행복만을 위해 살라고 하고 싶은데 솔직하지 않은 심정"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잊으라면서 솔직하지 않다고 스스로 덧붙이는 그 문장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오래 걸렸습니다.

3월과 7월, 8월은 뭐가 달랐을까요?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전경철 작가는 올해에만 방송을 세 번 탔습니다. 같은 인물의 세 회차인데, 매번 서 있는 자리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아래는 '비슷한 다른 사람의 사연'이 아니라 동일 인물의 3개 방송 회차 비교입니다.
| 시점 | 방송 | 확인된 수치 | 이야기의 위치 |
|---|---|---|---|
| 2026년 3월 | MBC 실화탐사대 '안녕, 피터팬' | 영상 조회수 약 500만회 | 아들 맡길 곳을 못 찾은 상태. 사연이 처음 공개됨 |
| 2026년 7월 | MBC 실화탐사대 '피터팬의 기적' / CBS 라디오 | 거처 마련 소식 공개 | 365일 돌봄 시설을 찾았다는 소식. "설마 우리 아들이 잠잘 자리 하나 없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
| 2026년 8월 12일 | tvN 유퀴즈 355회 | 가구 평균 4.3%, 최고 5.7%, 2049 전 채널 1위 | 27년 만의 첫 캠핑. 아들을 어떻게 기억시킬지 이야기하는 자리 |
3월엔 "도와달라"였고, 7월엔 "찾았다"였고, 8월엔 "이제 어떻게 남을까"였습니다.
세 번째가 왜 유독 크게 터졌는지 이제 좀 설명이 되시죠. 앞의 두 번을 본 사람들에게 8월 방송은 끝맺음처럼 보였거든요.
그런데 그 끝맺음이 진짜 끝일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왜 빈소를 차리지 않았을까요?
부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입니다.
정유진 대표는 "장례는 평소의 뜻에 따라 무빈소 장례로 치르기로 했다. 현재는 병원에 안치돼 있으며 빈소는 별도로 설치되지 않는다"고 알렸습니다.
고인이 왜 이 방식을 택했는지에 대한 공개된 설명은 없습니다. 추측은 가능하지만 근거는 없고, 이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다만 언어에 예민했던 사람이라는 증거는 남아 있습니다.
방송 후 근황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셨거든요.
"유재석 씨가 '시설'이라고 했잖나. 마을이다. 스스로도 그 사람들은 마을이라고 부르고 시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시설이 아니라 마을. 단어 하나를 그렇게 정정하고 있었습니다.
고인이 구상하던 성인 중증 자폐인 생활공동체 이름이 '네버랜드'였다는 것도 같은 결이겠죠.

확인된 사실과 아직 모르는 것을 갈라보면?
지금 온라인에 도는 정보 중 확정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해두겠습니다. 이게 제일 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확인된 것
· 별세 일시(9월 5일 오후 7시 56분)와 무빈소 장례 결정
· 간암 말기 판정은 지난해(2025년) 4월, 치료 안 하면 기대 여명 약 6개월이라는 진단
· 처음엔 치료를 거부했으나 아들 거처를 찾기 위해 치료를 재개, 의료진 예상보다 약 1년 더 생존
· 회고록 인세와 개인 후원금 전액 기부, 재단 설립 자금 총 4억4760만원 조성
· 유퀴즈 방송 이후 브런치 연재글에 약 1900여 건, 총 8000만원 규모 자발적 후원
· 방송 후 근황에서 아들이 새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전함
아직 확인 안 된 것
· 향년 63세인지 64세인지 (매체별 표기 불일치, 정확한 생년월일 미공개)
· 발인 일시와 장지
· 아버지 사후 아들 제원 씨의 구체적 돌봄 주체와 후속 대책
· 피터팬자폐인복지재단 설립 진행 여부와 기금 4억여 원의 집행 계획
돌봄 기간을 두고도 매체마다 "27년"과 "20여 년"이 섞여 나오는데, 아들 나이가 27세이고 발달 초기부터 돌봤다는 점을 보면 27년 쪽이 사실에 가까워 보입니다.

사람들은 어디에 대고 슬퍼하고 있을까요?
빈소가 없다 보니 애도가 갈 곳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추모는 전부 온라인에 몰려 있습니다. 부고 기사와 브런치 글, 유퀴즈 다시보기 댓글창이 사실상 빈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 "아픔 없는 곳에서 평안하시길 바란다"
- "남겨진 아드님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길 기도한다"
- "아들 걱정은 내려놓고 편히 쉬시길"
- "기적이 있기를 바랐는데 너무 슬프다"
- "유퀴즈를 보고 많이 울었다"
댓글 결이 신기하게 비슷합니다. 대부분 고인이 아니라 남은 아들 걱정이에요.
27년을 그 걱정만 하고 산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이제 같은 걱정을 나눠 들고 있는 겁니다.
혹시 그 회차를 보셨다면, 어느 장면에서 멈추셨는지 저도 궁금하네요.

그래서 앞으로 확인해야 할 건 뭘까요?
고인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 피터팬이라는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내몰리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 더는 길이 보이지 않아 자식과 자신을 포기하는 부모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1000곳에서 거절당한 사람이 남긴 문장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아직 답이 안 나온 것만 다시 추려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발인 일시와 장지 공지 여부. 무빈소라 별도 안내가 나올지조차 미정입니다.
둘째, 피터팬자폐인복지재단의 설립 시점과 4억4760만원의 집행 계획.
셋째, 아들 제원 씨의 돌봄 주체. 새 보금자리에서 잘 지낸다는 근황까지는 확인됐지만, 아버지가 없는 상태의 후속 체계는 공개된 게 없습니다.
이 세 가지가 어떻게 채워지느냐가, '안녕, 피터팬'이 한 사람의 이야기로 끝날지 아니면 다음 문장으로 이어질지를 가를 겁니다.
고인이 남긴 마지막 소원은 그 문장이 계속 쓰이는 쪽이었을 텐데요.
아직은, 아무도 답을 모릅니다.
이 회차, 어떻게 보셨나요?
놓친 장면이 있으면 알려주세요.이웃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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